이사 직전 나눔의집 옛 건물 천정에 붙어있던 상량문을 떼어냈습니다. “하느님, 이 집이 가난한 이웃들의 보금자리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19921010일 상량이란 글귀가 낡은 합판 위에 남아있었습니다. 새 장소로 이사했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엔 가난한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눔의집은 변함없이 그분들의 보금자리가 될 것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가치를 통해 가난한 이웃들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건설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가는 활동을 하고자 한다.”는 우리의 목표는 같습니다. 단지 그 실현방식에 있어서는, 시대적 상황과 지역의 요구에 맞추어 크고 작은 변화가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새 부대를 먼저 마련했고, 이제 그에 걸맞은 새 포도주를 담가야 할 차례입니다. 나눔의집의 재개발과 이사는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득이닥쳐온 일들입니다. 새 부대에 담을 새 포도주를 마련하는 일도 그렇게 주어진 것입니다. 물론 지역의 요청과 시대변화를 분석하고 계획해서 실행에 옮기려면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부득이한 것들, 곧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 뜻하지 않게 주어지는 상황, 스치는 인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내면의 힘을 북돋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선한 의도를 재확인하고 내면의 중심을 잡기 위한 숙성의 과정이 좋은 포도주를 빚어내기 때문입니다.

 

김토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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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봉천동나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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