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갑순이 똥 잘 싸고, 밥 잘 먹고, 오줌 잘 누고, 이뻐요.

여직 병원 한 번 안 갔어요. 그게 고마워서 ‘할매하고 죽을 때꺼정 살자.’ 그러죠.

집에 가면 꼬리치고, 어떤 자손이 그리 반가워할까. 내가 한탄 안 해요.

이대로 크게 안 아프고 병원 안 드나들고 가는 거, 그 소원밖에 없어요.”

산이 좋고, 사람이 좋다는 봉천동에 사신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는 유어르신은 예전 나눔의집이 있던 골목 근처에 사시던 분이셨습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속상한 일이 있어도, 그냥 지나가다가도 한번 들릴 수 있는 나눔의집이었는데 재개발로 인한 이사로 그렇지 못해 속상한 마음 가득합니다.

평생 힘들게 한 노동의 대가로 지금은 다리 통증이 심해 집밖으로 나오시는 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사람 좋아하고, 다니기 좋아하시던 분이었는데 그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고 계시니 우리 어르신은 얼마나 많은 상실감이 드실까요...

어르신과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개 갑순이 이야기입니다. 쓸쓸히 지내지 않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맛난 것이 있으면 본인이 드시는 것 보다 갑순이를 더 챙기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갑순이가 있으니까 사는거여”라고 하십니다. 시름이 많은 얼굴이지만 그래도 갑순이 생각에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매일 행복하진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 어떤 마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행복이 따라옵니다.

우리 주변에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봐주고, 소소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소중히 기억되시길 바랍니다.

 

가정결연 이야기(박유리)

 

Posted by 봉천동나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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