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이분법은 세상에는 선 아니면 악만 존재하며, “선악과 무관한 영역”이 있음을 은연중에 배제하고, 오로지 선한 일을 하는 것만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원형적인 사고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분법적 논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아 세력을 얻기 쉽고 역사적으로도 그래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분법적으로 해석될 수 없는 영역이 너무 많습니다. 잘 살펴보면 항상 좋은 사람도 항상 나쁜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그 사이 어딘가에 살고 있습니다.

나눔의집의 태동기에는 사회적 약자의 복리와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개인의 선행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차 사회안전망이 제도화되고 복지활동이 전문화됨에 따라 의존도가 줄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그 빈틈을 채우는 것은 개인의 착한 마음과 행동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악행은 물론이고 선행도 필요 없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좋은 세상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착한 일을 해야 하거나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아도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곧 하느님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악과 무관한 삶의 지대에서 개인의 행복이 싹틀 수 있는 세상 ….

 

김토마 신부

 

Posted by 봉천동나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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