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나눔의집 소식2018. 10. 31. 14:29


본인의 이름보다는 승준이 할머니로 더 친숙한 최돈행 어르신을 나눔의집에서 뵙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승준이는 나눔의집 지역아동센터인 공부방을 오랫동안 다녔던 학생이었지만 말이죠.


할머니는 사람에 대한 정이 아주 그립습니다. 가끔 얼굴을 뵙게 되는 날이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쏟아 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시지요.


그런 할머니가 요즘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생겼습니다. 매달 둘째와 네 번째 토요일 할머니 댁을 방문하는 연세대 의료 청년동아리 친구들 때문이지요. 올해 3월부터 할머니집을 찾아오는 의청 친구들은 7개월간 약속된 날에 빠짐없이 방문해 할머니의 말동무로 또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7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기간에 할머니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처음 할머니를 뵈었을 땐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다리 때문에 화장실도 하루 두 번 겨우 가셨고 음식이나 물도 잘 드시질 않으셨어요. 일어나실 때는 키가 다른 의자 2~3개를 팔꿈치로 옮겨가며 짚어서 일어나야 했고 온몸의 무게를 팔로 지탱해야 하니 팔도 아프고 다시 돌아와 앉는 것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화장실을 가거나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 즐거운 일상이 아닌 고단한 노동과 진배없으셨지요. 그렇다고 누운 상태로 움직이는 것 역시 그리 쉽진 않으셨어요. 한 자세로 계속 누워 있자니 피부병이 생기고.... 내 몸이 내 몸처럼 움직여지지 않으니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셔서 마음속에 좋지 않은 생각도 많이 하셨다고 해요. "빨리 죽어야 하는데..."라는 희망 없는 소리와 웃음 없는 얼굴이 할머니의 평소 표정이셨어요. 


"같은 할머니이신가?"라고 입에서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근래 뵈었던 할머니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어요. 의청 친구들과 만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시고 운동도 많이 하셨다고 해요. 물론 바라시던 산책도 자주 학생들과 나가기도 했고요.


할머니 댁엔 숫자가 아주 큰 달력이 있습니다. 그 달력 2번째 4번째 주 토요일엔 동그라미가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바로 의청 친구들이 오는 날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할머니의 숙제 스케치북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알려드린 운동을 하고 기록하는 숙제 노트랍니다. 그 안에는 매일 숙제를 하신 할머니의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할머니 댁에 오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도 할머니의 기운이 많이 달라지셨고, 표정도 너무 밝아지셨다고 감사의 말씀을 늘 전해 주십니다. 


반찬을 배달하는 매주 금요일 할머니를 뵙는 날엔 꼭 의청에서 오는 봉사자 친구들 이야기를 합니다. 너무 좋고 고맙다는 말씀을 꼭 전해 주라고 말씀하세요. 할머니 댁에 갔다 온 의청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는 비관의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말씀하시는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많이 바뀌셨다고 합니다. 


통증 때문에 몸을 일으켜 세우는 두려움을 이젠 많이 이겨내시고 더 자주 집에서 활동하신다고 해요. 몸이 더 건강해지신 것도 감사할 일이지만 긍정적으로 변한 마음도 실무자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 박유리 간사(가정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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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사무실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커다란 은행나무와 대추나무가 심겨 있는 빌라가 있습니다. 빌라 지하 단칸방엔 아흔의 할아버지와 여든의 할머니가 살고 계시지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종일 집에 계셔서 방에 찾아가지 않으면 얼굴 뵙기 힘들지만, 할아버지는 주변을 자주 산책하십니다. 


갑갑한 지하 방을 벗어나 주변을 산책하시는 것이 할아버지의 낙이지요. 특히 나눔의집에 오실 때면 언제나 구두부터 모자까지 갖춰 입고 오십니다. 할아버지는 백발이 멋진 신사지요. 하지만 요즘 할아버지의 외출이 많이 줄었습니다. 아흔 연세에 기력도 떨어지셨고 할머니 걱정에 잘 다니시질 못합니다. 


걱정스러운건 요즘 할아버지의 치매가 많이 심해지신 것 같아요. 잠깐 산책 나오실 때도 잘 차려입으셨던 분인데 요즘 더운 날에도 내복이나 방한복을 입고 나올 때도 있으시고. 속옷 차림으로 나오시는 등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이셔서 걱정입니다.


얼마 전, 할아버지는 목이 쉴 때까지 목청을 돋우며 옆집을 향해 고함을 치셨습니다. 그간 옆집 어르신에게 서운하셨던 것을 이번에 다 표출하시는 듯했습니다. 문제는 욕을 들으시는 옆집 분들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무슨 이유일까?' 화내는 이유를 모르니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주민센터 복지담당 선생님이 오셔서 소리치는 것은 그만두셨지만 할아버지의 억울함은 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할아버지와의 소통은 점점 힘들어지고, 찾아오는 이들의 얼굴도 할아버지의 기억에서 점점 흐려지는 듯합니다.


당뇨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대신한 가사 노동은 아흔의 할아버지에게 버거운 일입니다. 특히 할머니의 인슐린 주사는 가장 큰 어려움이지요. 누군가 대신 처리해주면 좋을 듯한데. 할머니는 할아버지 외엔 누구의 도움도 거절하십니다. 오른다리, 왼다리, 오른팔, 왼팔 순으로 혹 같은 부위에 계속 주사를 놓을까 달력에 날짜 별로 표시하지만 이젠 이 달력 표시마저도 기억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습니다. 날짜, 요일, 볼일 보러 가야 할 일들을 할머니가 기억해 주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잊고, 놓치게 됩니다. 


저희가 조금 더 자주 찾아뵙는 수 밖에 없네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서로 의지하며 건강히 지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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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바람도 조용히 스치고 지나는 골목길이 갑자기 부산스러워집니다. 우렁찬 목소리에 동네 고양이와 개, 방범 카메라까지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내용은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일 때도 있고, 화를 듬뿍 담은 불만 가득한 소리일 때도, 매우 다양합니다. 나눔의 집의 존재감 '갑' 유○○어르신의 목소리입니다.

 

유 어르신은 아드님과 함께 나눔의 집 골목길 위, 연립에서 살고 계십니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모르는 소식도 없고 목소리도 크다 보니 나름 동네 유명인이지요. 장난도 많고 분위기도 곳 잘 살리는 데다 체격도 크고 댓 거리에선 절대 지는 법이 없어 동네 골목 대장 같은 어른입니다. 뭐 남의 사생활에 대해 너무 깊이까지 파고들거나 장난이 좀 심해질 때는 싸움의 원인자이기도 해서 실무자들을 참 난감하게 만들 때도 잦습니다.

 

세상일, 나눔의집 주변 사람들, 점심 먹으러 가는 복지관 실무자 그리고 함께 반찬을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 등 어찌 그리 주변에 관심이 많은지 웃음이 나오지만 정작 본인 이야기는 잘 안 하시는 편입니다.

 

그나마 십수 년 들어왔던 쪼개진 소식들을 이어서 대략적이지만 할머니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할머니에겐 아들이 둘 있는데, 큰아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연락 두절 된지 오래고 지금은 작은아들과 살고 있습니다. 장성했지만 누가 누구를 돌보는지 헛갈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 일일 망정 스스로 생계를 꾸리기엔 부족함이 없었는데 요즘은 한걸음 걸을 때마다 끙끙거려야 할 만큼 다리가 좋지 않아 한숨은 점점 깊어지고 방을 가득 채울 것 같이 걱정이 쌓여만 갑니다.

 

"혼자되고 청소일이다 장사다 안 해본 일 없이 억척스럽게 살았는데 나도 다 된 것 같아" 할머니의 푸념 속에서 과장된 지금의 큰 소리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표현은 과격하지만 하나하나 살피고 보면 그 속에서 '정'을 발견합니다. 뭐 그 정이 간혹 지나쳐서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다른 이에 대한 '관심'과 스스로에 대한 '외로움'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 물론 저는 그 관심에서 좀 멀어지고 싶지만요. ^^ 

 

- 박유리 간사(가정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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