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드라마 「대장금」이란 드라마에 열광했어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수라간 최고상궁, 조선 최초의 여성 어의가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린 저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었지요. 뒷배는커녕 부모님도 안 계신 흙수저가 최고상궁이 되고 궁에서 쫓겨나는 고난 후에도 어려움을 딛고 다시 궁에 돌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던 그녀의 스토리는 슈퍼 히어로이자 누구 못지않은 핫한 아이돌이었습니다. 나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드라마 주제가인 ‘오나라’를 열창하곤 했었습니다.


그 후 16년 뒤, 저는 서울관악지역자활센터의 통장사례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저소득 주민의 자립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목돈을 받을 수 있도록 적금을 들게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간단한 재무상담도 함께합니다. 이 일도 이제 10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나?’ 요즘 들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삶의 발판이 되는 통장이다 보니 일에 대한 무게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주민이 가입한 통장이 희망키움 통장이 아니라 절망 키움 통장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계속 저를 사로잡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하는 게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불을 뒤척인 것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잦아질수록 제 어릴 적 히어로인 장금이를 떠올립니다. ‘이럴 때 장금이는 어떻게 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의 저처럼 자신을 책망하며 멈춰서 있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흐르는 강물은 얼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라간에서 쫓겨난 장금이가 모든 걸 포기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걸 멈춰버렸다면 그녀는 대장금이 되지 못했을 터입니다. 이를 반대로 말해 보자면 힘들다고 지금 포기해 버리면 더는 성장치 못하고 그대로 도태될 수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저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함께 하는 주민분들에게 간곡히 말하고 싶습니다. “멈추지 말고 함께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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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2018. 10. 31. 13:59


서울관악지역자활센터 자전거되살림사업단 참여주민들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폐자전거를 수거해 지역 내 주민분들에게 나눠 드리는 행사를 했습니다. 


거리 난간 사이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녹슬고 펑크 난 볼품없는 자전거를 다시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서 마치 새 자전거처럼 만들어 냈습니다. 


새 자전거는 아니지만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드리는 자전거되살림사업단 여러분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고 마침 자전거가 필요했던 지역 주민분들에게도 기분 좋은 나눔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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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기만 한 강의식 교육이 아닌 자활 참여 주민들이 함께 경험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은 뭐 없을까? 실무자들의 고민 끝에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미술 인문학입니다. 작년엔 자화상을 그렸고 올해는 판화를 준비했지요. 자신의 얼굴을 밑그림으로 조각도로 모양을 따 잉크가 스며들 홈을 만들고 하얀 종이 위에 찍어내는 작업. 실무자로선 솔직히 교육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분들이 계셔서 혹 날카로운 도구가 흉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지요.

“오랜만에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교육을 마치고 살짝 건네어진 쪽지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하고 또 교육을 준비했던 실무자 입장에서 주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얼굴을 붉게 물들게 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그림에 담고, 판화를 찍어 내면서 소리 내어 활짝 웃는 주민의 모습에 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 있었어요.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와 행동, 그를 통해 바라본 어두운 표정은 살아온 삶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한 스스로의 무지가 불러들인 선입견은 아닌지 반성했습니다. 


여전히 그 삶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고 무게를 덜어드릴 힘도 부치지만, 지쳐 잠깐 앉아 푸념하고 싶을 때, 도움이 필요해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작은 즐거움 거리가 생겨 함께 나누고 싶을 때, 그 곁에 저희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한 우리들이 많이 배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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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삼일절 맞이 태극기 게양이 시작되었어요!

올해 서울관악지역자활센터가 처음 시작하는 사업으로 실무자도, 주민들도 설렘, 불안, 염려를 안고 첫발을 내딛었어요~


삼일절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 전날에 관악지역 4천 곳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일이지요. 주로 대로변에 국기를 달아야 하기에 혹 사고가 나지않을까 걱정도 되고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국기를 게양할 위치까지 천천히 차를 몰고가 시간 내에 게양해야 하는 일이기에 여간 고되고 힘든 일이 아니었지요. 


깃발이 펄럭거리는 모습이 꿈에서도 나오는 듯했습니다. 처음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안전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답니다~   그나저나 저 많은 깃발을 또 언제 걷어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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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매일 출·퇴근하는 것은 자활 주민들에겐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교육을 받기 위해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뚫어져라 칠판을 바라볼라치면 자꾸만 고개가 떨어지게 됩니다. 공부가 일인 학생들마저 수업은 지루하기 마련이지요.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수업과는 담을 쌓아온 분들에겐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런 지루함을 극복하고 "뭔가 재미있고 교육적이며 자존감과 의욕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없을까"라는 생각은 모든 실무자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미술 인문 교육"은 이런 고민에 대한 아이디어의 종착지였습니다. 실습을 위주로 한 미술 인문 교육은 사업단으로 가기 전인 게이트웨이 사업 뿐 아니라 여러 사업단에서도 훌륭한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는 자화상 그리기 수업은 숨겨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했고, 교육 강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참여 주민들의 자화상 작품을 전시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지난 5월 19일~6월 1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눈’에서 열린 <000의 봄+'나를'>전이 바로 그것이지요.

 

전시 첫날에는 주민들도 전시장에 방문해 벽에 걸린 자신의 작품을 보며 다과를 나누고 그림이 그려지기까지의 일들을 돌이켜 보며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웃었습니다. 누군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자리는 쑥스러움이기도 했지만 주민분들에겐 자존감을 키우는 큰 경험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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