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나눔의집 소식2018. 12. 14. 10:19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차가운 겨울 저녁

교실가득 하객들이 모였다

 

자식들 다 키우는 동안

참고 누르고 기다려 온

배움의 꿈 이루려고

 

자식들과 같은 또래의

착한 선생들이 수업하는

나눔야학에 다닌지 두 해

 

거의 한 날도 빼먹지 않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보고 듣고 쓰고 되뇌이며

 

배움과 깨침의 기쁨 누리고

떨리는 가슴으로 응시한

고졸검정고시에 어렵게 합격

 

그러나

나이 60이 넘은 그이는

검정고시가 꿈은 아니었단다

 

집 밖으로 나오고 싶었고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

발디딘 곳이 이곳 야학이란다

 

남들은 시험 합격하면

다들 발 길을 끊는 데

그이는 계속 나오고있다

 

배움의 기쁨을 알고

가르치는 보람을 알려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마련한

 

그리운 동요 정겹게

흥겨운 캐롤 신나게

간절한 꿈노래 함께 부른

 

이 눈물겨윤 졸업식 덕분에

찬 바람부는 겨울저녁

우리는 서로가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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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꽃이 너무 예뻐요. 저는 소풍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가정 형편 때문에 진학도 어려웠지만 소풍 역시 갈 수 없었다는 ** 어머니는 생에 첫 소풍에 얼굴 표정을 어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별스럽지도 않은 일에도 계속 웃음을 지었습니다. 


지난 4월 14일 나눔야학에서 서울 항동에 있는 푸른 수목원으로 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비가 올 것이란 예보에 연기해야 하나 전날부터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부슬비 정도로 소풍엔 지장이 없었습니다. 


김밥도 함께 먹고 박영하 선생님과 함께 야학에서 배운 하모니카 연주도 하고 누군가에겐 생에 가장 큰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에 참여 선생님이나 봉사자들에게도 뿌듯함을 주었습니다. 


모두 함께 갔으면 좋았으련만 생계 때문에 세분이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 참~ 이번 4월 검정고시에서 조** 어머님이 고등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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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관악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박영하 선생님이 아닐까 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중 한 분이지요. 지역에서 박영하 선생님을 만난 건 2017년 초부터 입니다. 경청과 관계성 회복 프로그램인 신뢰서클 모임과 의료협동조합 활동인 '통증아카데미' 수업에서죠. 


청소년을 위한 인문교양 서적인 '묵자'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꿈 노트’를 통해 이미 성함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날 뵐 수 있었던 건 그맘 때입니다. (사진 오른쪽 박영하 선생님. 야학 개학식에서 교과서를 나눠주는 모습)


2017년 초 자활센터 주민분들을 대상으로 나눔야학을 기획했습니다. 자활내 34% 정도가 이력서조차 낼 수 없는 고졸 미만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좋은 취지였지만 학생을 가르칠 봉사자 구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지역 교원단체에 이야기도 해 보았지만, 급히 진행된 기획이라 과목별 담당 선생님을 구할 수 없었지요. 


"저희 야학에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가 없는데 선생님이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물론이죠~" 한 번의 망설임 없이 기꺼이 응해 주셨습니다. 박영하 선생님은 전 서울 여상 윤리 교사입니다. 교사였다고 하지만 바쁜 일정에 정규적인 수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도 흔쾌히 대답해 주셨어요. 통증 아카데미 수업에서 제가 해드린 마사지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면서 "빚진 마음이 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을 받았고 또 20년 교직 생활도 잘 누렸고 풍족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어요. 이 나이쯤 되니 제가 받은 걸 사회에 나눠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회에 발 디딜 때 만해도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 그래도 사회 분위기였고 꿈도 꾸고 키워나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이 나오고 당연하다는 듯 계급을 나누게 됐어요. 저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그런 사회적 계층이 아닌 누구나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꿈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책도 썼고, 앞으로 꿈을 지원하는 회사도 한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꿈수저 좋지 않아요? 잘되지 않을까요?"

 

꿈을 키우는 회사 멋지지 않나요. 저나 나눔의집은 그런 선생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럼요. 선생님이 하시면 잘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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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나눔의집 소식2017. 10. 11. 14:56

“청심원을 시험장 가서 곧장 먹을까요, 1교시 끝나고 먹을까요?”

10년의 교직생활 중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신선한 질문이었다. 그만큼 진지하고 긴장이 되셨으리라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가 새어나왔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3개월의 시간동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었던 학생 ‘분’들이었다. 


초여름의 문턱 관악지역 자활센터에서 내 인생 가장 특별한 학생들을 만났다. 

이른바 ‘최고령’ 학생들 - 처음엔 몰랐는데 우리 어머니 보다 2살 더 많은 분도 계셨다. 공책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 무언가 수줍어하는 눈. 하나같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첫 만남이었다. 나도 덩달아 긴장되는 분위기였지만 자기소개로 첫인사를 대신하고 야학수업 안내를 나누다보니 또 금방 소녀같이 웃어주셨다. 그 웃음을 보고 나서야 무거웠던 분위기가 낯선 그리고 ‘어린’ 교사 탓만은 아니었다는 안심이 들었다.


나눔야학 수업은 내가 더 많이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동안 학력란 쓰는게 민망해 이력서 한 번 내보지 못하셨다는 어머님들 - 나는 미처 느껴보거나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감히 그 어떤 위로도 드릴 수 없어 ‘용기가 대단하시다.’는 말로 대신 응원하였다. 


오랫동안 담아온 진실된 마음 탓이었을까. 10차시 수업시간 동안 어머님들은 그 어느 모범생보다 모범적이셨다. 수업내용을 녹음해가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고, 노트 필기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과목별로 나누고, 무엇보다 모르는 것은 끊임없이 물어보는 자세와 노력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배운 것들은 학교 현장에서 우리 중학생 아이들과도 나누어 봄 직한 가치로운 것들이 되었다.   


네 가지 ‘정말’론이 일어났다. 1. 정말 열심히 하셨지만 2. 정말 처음 보는 국가 검정고시를 3. 정말 한방에 합격할 줄은 4. 정말 몰랐다. 검정고시를 앞둔 마지막 수업시간 - OMR답안지 체크 연습할 때에도 그렇게 긴장하시던 분들이었다. 그런데 응시한 세 분 모두 보란 듯이 합격하셨다니. 가을에도 쉬지 말고 한 단계 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해 달라는 강한 주문이 담겨있었나 보다.  


내가 본 도림천은 늘 푸르렀다. 나눔야학 가기 전 냇가 돌무더기에 앉아 검정고시 차시를 한 번 더 확인하던 곳이었다. 이제 10월의 도림천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물론 그곳에서 10분 남짓 떨어진 관악자활센터 - 우리 학생 ‘분’들과의 만남이 더 기대되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기쁨이다. 


- 한상대(나눔야학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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